위기의 한국 게임산업
국내 게임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게임산업은 정부의 큰 도움없이
자생적으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산업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동안
게임산업은 오히려 퇴보한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과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
과연 해법은 무엇일까.
위기의 한국 게임산업
국내 게임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게임산업은 정부의 큰 도움없이
자생적으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산업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동안
게임산업은 오히려 퇴보한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과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
과연 해법은 무엇일까.
Chapter 3

게임산업 ‘나는 중국 기는 한국’

중국 세계 1위 부상…한국 ‘잃어버린 10년’

이철현 기자 lee@sisajournal-e.com 류병화 기자 ricky5531@gmail.com

중국이 세계 게임산업 1위 국가로 성장하는 동안 한국 게임산업은 ‘잃어버린 10년’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는 민·관이 게임산업을 총력 지원한 덕에 텐센트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게임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중국이 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게임시장에 오를 전망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게임을 중독성 강한 위해물 취급하며 규제 대상으로 보면서 게임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내수 시장은 소수 게임업체들이 과점하다보니 게임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성장할 토양을 유실한 지 오래다.

게임전문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이 개별 전투에서는 이기고 있으나 전쟁에서는 중국이 승리했다”며 “이제 한국이 중국을 역전하기 쉽지 않다. 투자자들은 이미 국내 게임업계에 투자하지 않는다. 정부 지원은 소위 ‘선수’라 불리는 소수가 독식한다. 한국 게임업계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부문은 인기 지적재산권(IP)뿐이다. 이마저도 최근엔 더이상 만들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017 아시아 태평양 게임산업 매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게임산업 총 매출
512억 달러 전년대비 +9.2%
전세계 대비 아시아·태평양 지역 점유율
아시아·태평양 지역 47.1% /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외 52.9%
총인구수
40억4300만명
온라인 인구수
18억400만명
게이머수
11억4500만명

아시아-태평양 지역 게임산업 총 매출 순위

  • #1 중국 275억 달러
  • #2 일본 125억 달러
  • #3 한국 42억 달러
  • #4 호주 12억 달러
  • #5 대만 10억 달러
게임 산업 상위 10개국 2017년 매출 기준

세계 컴퓨터게임 시장이 올해 1100억달러(125조원 가량)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게임·모바일 산업 조사업체 뉴주(Newzoo)가 지난 20일 발표한 ‘2017 세계 게임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게임산업은 올해 1089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또 해마다 6%가량 성장해 2020년 1284억 달러를 넘어선다.

중국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에 오를 전망이다. 시장 규모가 275억4700만 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250억 달러에 그쳐 2위로 주저 앉는다. 일본, 독일, 영국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세계 게임시장 6위에 오를 전망이다. 총 매출액은 41억88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인터뷰 / 촬영·편집 = 강유진

한때 한국 게임을 가져가 배급하던 중국이 한국보다 6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런던벤처파트너스 데이비드 가드너 파트너는 “중국과 아시아 업체들이 예상치 않게 승승장구하고 있다. 서구인이 가끔 ‘아시아 기업들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면 난 ‘지금 장난하냐’라고 되묻는다”라고 말했다.

매티아스 륭만 아토미코 파트너는 “게임 유저 당 평균 매출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 이는 아주 모든 이를 당혹스럽게 만들만한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게이머들이 쓰는 돈의 93%는 중국 내 업체들이 개발했다. 앱 애니 연구소. 미국 게이머 56%가 미국 업체가 개발한 게임을 즐기고 유럽인 36%가 EU 업체가 개발한 게임을 즐긴다.

중국 게임산업이 번창하면서 텐센트는 세계 10대 기술 기업으로 성장했다. 텐센트는 1분기 매출 495억5200만 위안(약 8조700억원)를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 늘었다. 순이익은 145억 위안으로 58% 늘었다. 시가총액은 3000억 달러(330조원 가량)에 이른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지주사 알파벳 같은 기술 기업 반열에 올랐다.

텐센트는 중국을 넘어 세계 게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텐센트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게임업체다. 소니, 액티비전 블리자드(디아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닌텐도를 제쳤다. 특히 왕자영요(Honor of Kings)는 애플 아이스토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마트폰 게임이다.

게임 산업 상위 10개국 2017년 매출 기준
게임산업 상위 10개국 2017년 매출 기준, 단위:백만명 , 백만달러
순위 국가명 인구 온라인 인구 총매출
1 중국 1388 802 27547
2 미국 326 261 25060
3 일본 126 120 12546
4 독일 81 73 4378
5 영국 66 62 4218
6 한국 51 47 4188
7 프랑스 65 57 2967
8 캐나다 37 33 1947
9 스페인 46 38 1913
10 이탈리아 60 43 1875
게임 산업 상위 10개국 2017년 매출 기준

텐센트는 또 2011년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인기 온라인 대전게임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를 서비스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달마다 1억명 유저가 이 게임을 즐긴다. 텐센트는 지난해 핀란드 게임개발업체 슈퍼셀오이 지분을 인수했다. 이 업체는 붐비치(Boom Beach)와 클래시로얄(Clash Royale)를 개발했다. 클래시로얄은 미국 내 애플 아이스토어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유료 게임이다.

빌 왕 오버시즈360게임즈 회장은 "중국 시장은 매우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성장 잠재력을 찾기 위해 해외에 눈을 돌리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세계 게임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게임 관련 지적재산권 등 갖가지 자원을 끌어모으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한국은 후퇴를 거듭했다. 국내 게임산업은 정부 지원 없이 성장해 왔다. 콘텐츠 수출 비중이 50%에 육박하기도 했다. 지금은 침체에 빠져있다. 게임산업 종사자는 크게 줄고 있다. 게임산업 허리 격인 중견업체들은 몰락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지난 10년간 시행한 규제일변도 정책 탓이다.

윤문용·김병관 인터뷰 / 촬영·편집 = 강유진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나이 많은 유권자 대부분이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이 탓에 국회의원들이 게임 진흥보다는 규제 쪽으로 법안 발의한다. 국회의원 대다수도 게임산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국회의원 일부는 게임산업 목소리를 대변하다 표가 떨어질까 걱정한다. 게임 매니아는 제 목소리를 내지 않지만 게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강하게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게임산업 환경이 악화하다보니 국내 업체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획력, 개발비 등 주요 지표에서 한국은 중국에 한참 뒤쳐지고 있다. 2~3개 독과점 업체만 승승장구하고 중견 업체들은 괴멸하는 등 산업구조가 왜곡된지 오래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게임 기획, 개발, 비용 등 주요 지표에서 한국 경쟁자를 압도한다. 무엇보다 중국은 게임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한국 업체는 엔진 하나로 게임 1~2개 만드는 동안 중국은 같은 엔진으로 10~20개 만든다. 인건비 등 개발비용이 상대적으로 싸다보니 가능한 일이다. 반면 NC소프트, 넥슨 등 소수 대형 게임업체를 빼면 국내 게임사 다수는 힘겹게 버티고 있다.

이제 중국 업체들은 한국 게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 게임 유저들은 취향이 비슷하다. 위정현 교수는 “과거 중국 정부가 나서서 만류해도 중국 업체들이 돈이 되니깐 한국 게임을 수입했다. 지금은 한국을 찾는 중국 게임 배급업자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앞으로 중국 게임들이 한국 시장을 장악해 나간다. 어느 순간 갑자기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문용 국장은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민간 기업이 나서야 한다. 1세대 게임 창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며 “게임 전문가가 정부 부처에 들어가 게임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비전문가들로 꾸려져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통합 진흥원 체제를 개별산업 진흥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규제와 진흥 정책이 현장과 겉돌지 않도록, 게임관련 정책의사 결정 과정에 전문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