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게임산업
국내 게임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게임산업은 정부의 큰 도움없이
자생적으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산업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동안
게임산업은 오히려 퇴보한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과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
과연 해법은 무엇일까.
위기의 한국 게임산업
국내 게임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게임산업은 정부의 큰 도움없이
자생적으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산업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동안
게임산업은 오히려 퇴보한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과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
과연 해법은 무엇일까.
Chapter 1

정부의 게임산업 죽이기

원태영 기자 won@sisajournal-e.com

국내 게임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게임산업은 정부의 큰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한 몇 안되는 산업중 하나다. 특히 한국 콘텐츠산업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정부는 여러 이유를 내세우며 게임규제 강도를 점차 높여 왔다. 다양한 규제 도입 후 게임산업은 급속도록 위축됐다. 2010년 2만658개였던 국내 게임업체 수는 2015년 1만3844곳으로 줄어들었다. 5년 새 30% 이상 급감한 셈이다. 같은 기간 업계 종사자 수도 4만8585명에서 3만5445명으로 크게 줄었다.

게임규제의 역사는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청소년 관련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 다양한 규제 정책들이 제기됐다. 여가부는 ‘강제적 셧다운제’라는 강력한 법안을 내놨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제도로 2011년 4월 청소년법 개정안에 포함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시간 선택제’까지 시행되며, 업계는 현재 중복 규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시간선택제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접속시간을 본인이나 부모의 요청에 의해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다.

강신구 연구원 인터뷰 / 촬영·편집 = 강유진

강신규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게임산업의 주무부처는 문체부다. 문제는 문체부가 오롯이 리드를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여가부는 게임의 경우 문체부가 주관하는 산업임에도 불구, 청소년이 많이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2012년 셧다운제로 인해 중소개발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셧다운제를 단순히 청소년 수면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게임업계에서는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산업은 문체부 주관인데,
여가부가 청소년이 많이 하고
있단 프레임을 씌우면서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는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사는 시스템에 많은 수정을 가해야 한다”며 “규모가 큰 기업은 하나의 프로세스를 만들면 다른 곳에 적용하면 된다. 그러나 중소 개발사들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셧다운제 때문에 중소 개발사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며 “실제로 2012년 이후 개발사 수는 점점 감소했다. 최근 완화조치가 발표됐는데 여기에 조건을 붙이면 완화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 후,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약 1조16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손인춘 의원이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인터넷게임중독치유센터를 두고, 인터넷게임중독 치유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게임사 매출의 1% 이하를 여성가족부에서 징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은 중독유발지수를 측정해 수치가 높은 게임의 국내 유통을 전면 금지시키고 강제적 셧다운제의 적용 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다. 2014년에는 신의진 의원이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4대 중독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같은 4대 중독유발물질로 규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법안 모두 본회의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게임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게임규제 역사
  • 2011 강제적 셧다운제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차단
  • 2012 게임시간 선택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접속시간을 본인이나 부모의 요청에 의해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인 ‘게임시간 선택제’ 도입
  • 2013손인춘 의원, 게임사 매출의 1% 이하를 여성가족부에서 징수한다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발의
  • 2014 4대 중독법 신의진 의원,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같은 4대 중독유발물질로 규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4대 중독법) 발의 문체부 웹보드 게임 규제 월 결제 한도를 30만원, 1회 베팅 한도를 3만원으로 제한, 하루 손실액 10만원 초과 시 24시간 접속 차단 (이후 지난해 3월 월 결제 한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1회 베팅 한도를 5만원으로 인상)
  • 2016 노웅래 의원과 정우택 의원, 게임에서 확률형아이템의 획득확률 등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 이원욱 의원, 획득확률이 10% 미만인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을 청소년이용불가로 분류하는 법안을 발의.
게임규제 역사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최근까지도 게임규제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규제는 웹보드 규제와 확률형 아이템 규제다.

문체부는 2014년 2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해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 이용자의 사용 금액·시간을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월 결제 한도를 30만원, 1회 베팅 한도를 3만원으로 제한하고, 하루 손실액 10만원 초과 시 24시간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웹보드게임 업체들은 규제시행 후 매출액이 크게는 7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계속되자, 문체부는 완화된 개정안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월 결제 한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이고 1회 베팅 한도를 5만원으로 올렸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안도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확률형아이템은 일정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다른 게임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말한다. 확률형아이템을 이용하면 낮은 확률로 희귀한 게임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데 과도한 과금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임업계는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5년 6월 게임협회를 중심으로,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안을 만들어 시행해 왔다. 그러나 기존 자율규제안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자 최근 한층 강화된 자율규제 안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자율규제와 별개로, 이미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현재 이원욱(더민주), 노웅래(더민주), 정우택(자유한국당)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노웅래 의원과 정우택 의원은 지난해 7월 게임에서 확률형아이템의 획득확률 등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해 10월 획득확률이 10% 미만인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을 청소년이용불가로 분류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제는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야…게임 진흥시킬 전담기관도 ‘절실’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규제 일변도였던 정부 정책을 진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게임산업진흥법의 경우, 말이 진흥법이지 규제법에 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문용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 인터뷰 / 촬영·편집 = 강유진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그동안 게임산업 정책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때 게임정책을 담당하던 게임산업진흥원이 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된 것이 그 대표적 예다. 그 이후 업계 의견이 정책에 더욱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정책국장은 “정부 정책에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업계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졌다. 정부가 사다리 역할을 해야 했으나 이를 충실히 하지 못했다”며 “지금부터라도 문화재청과 같이 콘텐츠지원청을 만들 필요가 있다. 콘텐츠지원청은 철저히 지원 정책 위주로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규제의 근원적인 문제는 개발자들의 창의성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난 정부에서는 게임과 마약을 동일시하는 4대중독법이 발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일본이 표현의 자유가 10이라면 한국은 1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국은 현재 콘텐츠 창작에 있어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며 “보통 창의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나라의 경우, 표현의 자유 또한 높다. 결국 정부가 먼저 규제 완화를 통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 촬영·편집 = 강유진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정부 규제로 인해 게임 개발환경 및 콘텐츠가 상당히 왜곡됐다. 규제는 게임 개발자로 하여금 창의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다”며 “과거에는 한국도 창의적인 시스템을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종 규제들로 인해, 창의성이 많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규제를 최소화하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율규제를 통해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만들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